"연금계좌 넣어두면 알아서"…'자율주행' 상품 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 연금 누가 대신 좀 굴려주면 안 될까. 바쁜 직장인과 게으른 투자자를 위한 연금 운용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투자자가 매번 계좌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아서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는 ‘자율주행’ 펀드들이다. 상품에 따라 생애주기 혹은 시장 상황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대형주→배당주로 자동전환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 11일 국내 최초의 생애주기형 배당전환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놨다. 은퇴 전 연금 자산을 한창 불릴 시기에는 미국 대표지수인 S&P500에 집중 투자해 자금의 파이를 키우고, 은퇴 후 현금흐름이 필요한 시기에는 미국배당다우존스 비중을 키우는 게 특징이다. 미국배당다우존스는 대표적인 배당성장 ETF인 ‘슈드(SCHD·슈와브 US 디비던드 에쿼티)’의 기초 자산으로, 지난 10년간 매년 배당을 늘려왔다.
중요한 건 성장에서 배당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자동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KIWOOM 미국S&P500&배당다우존스비중전환’은 지금으로부터 15년 후인 2040년을 은퇴 시점으로 가정하고 전략을 바꾼다. 2040년까지는 S&P500을 75%, 미국배당다우존스를 25% 담는다. 2040년이 지나면 S&P500을 25%로 줄이는 대신 미국배당다우존스를 75%로 늘리는 식이다. 연금 적립기와 인출기를 모두 아우르는 전략이다.
은퇴 이후에도 성장형 자산 비중을 25%로 유지하기 위한 리밸런싱을 매달 진행한다. 인출기에도 주가 상승으로 인한 자산 증식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이렇게 창출된 수익을 배당형 자산에 재투자해 배당 규모를 계속 늘리는 구조다. 은퇴 후 예상 배당 수익률은 연 3~4%다. 특정 시점 이후 ETF 내부에서 자동으로 자산 전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성장형 자산을 팔고 배당형 자산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매차익 관련 세금을 투자자가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보다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KIWOOM 미국S&P500TOP10&배당다우비중전환’에 투자하면 된다. 성장형 자산으로 S&P500 대신 S&P500 TOP10을 담는다. 미국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향후 은퇴 시점을 다르게 설정한 시리즈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은퇴 시점’만 설정하는 TDF
여러 자산군에 분산 투자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도 대표적인 자율주행 연금 투자 상품으로 꼽힌다. 미리 설정한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채권)의 비중을 서서히 조절하는 구조다.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청년기에는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은퇴가 임박할수록 채권 비중을 높인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도 담기 때문에 주식으로만 이뤄진 연금 포트폴리오보다 방어적이다.
TDF의 자산 배분 전략도 자동으로 이뤄진다. 투자자는 자신의 은퇴 시점에 맞는 상품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2030, 2040 등 TDF 상품명에 붙는 숫자(빈티지)가 투자자의 은퇴 예상 연도다. 보통 자신의 출생 연도에 60을 더한다. TDF로 안정적으로 투자하되, 시장 상승기에 초과 수익을 누릴 수 있게 액티브 전략을 가미한 상품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강세장일 때는 주식 비중을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고, 변동성이 커지면 주식 비중을 낮추는 방식이다. 신한자산운용의 ‘신한빠른대응TDF’, KB자산운용의 ‘KB다이나믹TDF’ 등이 대표적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채권·대체자산 비중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키움 키워드림 다이나믹TDF’를 내놨다.
은퇴 후 정기적인 현금 흐름이 필요한 투자자라면 타깃인컴펀드(TIF)를 눈여겨봐야 한다. TDF가 자산을 불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TIF는 축적된 자산을 최대한 지키면서 일정한 소득을 추구하는 걸 목표로 한다. 고배당주와 국채, 커버드콜, 리츠 등 다양한 인컴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 연 4% 정도의 배당 수익을 낸다. 펀드마다 다르지만,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위해 위험자산 편입 비율에 상한선을 두는 게 일반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고정적인 현금 흐름이 나와야 하는 연금 인출기엔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더 많이 팔아야 해 변동성이 클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여러 자산군에 분산 투자해 변동성을 낮추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