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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인사 막말에 맞선 ‘미스 멕시코’… 유니버스 우승 왕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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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74회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미스 멕시코' 파티마 보쉬. /로이터 연합뉴스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74회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에서 ‘미스 멕시코’가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대회 조직위원회 고위 인사의 무례함에 정면으로 맞서 화제를 모았던 참가자가 정상에 오르면서 극적인 드라마가 탄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현지 시각) AP통신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이날 대회 결선에서 ‘미스 멕시코’ 파티마 보쉬(25)가 세계 120개국 참가자들 가운데 1위로 올해의 미스 유니버스 왕관을 쓰게 됐다. 준우승은 ‘미스 태국’ 프라비나 싱(29)에게, 3위는 ‘미스 베네수엘라’ 스테파니 아바살리(25)에게 돌아갔다.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는 세계 4대 미인대회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정식 개막 전부터 소란이 계속됐다. 특히 본선을 앞둔 지난 4일엔 조직위 고위 인사인 나와트 아타라그라이실 태국담당 이사의 막말 사건이 큰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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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3위 '미스 베네수엘라' 스테파니 아바살리, 2위 '미스 태국' 프라비나 싱, 1위 '미스 멕시코' 파티마 보쉬. /AFP 연합뉴스


이 사건에서 나와트에게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했던 피해자는 바로 보쉬였다. 당시 나와트는 “조직위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보쉬를 공개 질책했다. 참가자들에게 대회 홍보용 게시물을 소셜미디어에 올려달라고 요청했는데, 보쉬가 책임자와 상의해야 한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나와트는 “난 돈이 많다. 당신이 멕시코 책임자의 말에 따르겠다면 당신은 멍청이(dummy)”라고 했고, 보쉬가 항의하자 “내 얘기 안 끝났다. 들어라”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보안 요원을 불러 보쉬를 행사장 밖으로 끌어내려 하기도 했다. 이때 보쉬는 지지 않고 맞서며 동료 참가자들과 함께 자리를 박차고 퇴장했다.

이 상황은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그대로 공개됐다. 이후 보쉬는 현장 기자들에게 “나와트의 행동은 무례하다. 내게 바보라고 했다”며 “온 세상이 이 모습을 봐야 한다. 우리는 힘 있는 여성이고, 이 대회는 우리가 목소리를 낼 무대이기 때문”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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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멕시코시티 한 시민이 파티마 보쉬의 우승 소식이 1면을 장식한 신문을 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은 직접 나서 “여성이 공격에 맞서 어떻게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보여줬다”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거세진 논란에 결국 조직위는 긴급 성명을 내고 나와트의 권한 박탈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고, 나와트도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이런 잡음 속 보쉬가 우승을 거머쥐자 멕시코는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보쉬의 고향에선 주민 수천 명이 야구장에 모여 대회 생중계를 지켜봤다고 한다. 셰인바움 대통령도 “보쉬는 부당함에 목소리를 냈다”며 “여성은 조용할 때 더 예쁘다는 말은 이제 흘러간 옛말”이라고 축하를 전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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