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온스당 3600달러를 돌파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런던금시장협회(LBMA)에서 한때 온스당 3646.29달러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된 금 선물 근월물(12월분) 가격은 전날보다 0.7% 상승한 온스당 3677.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관계자가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4주는 기다려야 합니다."
최근 서울 종로의 한 금거래소 직원이 안내한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최근 금을 사겠다는 사람이 몰리면서 골드바를 받기까진 약 한 달이 걸린다는 건데요. 은은 더합니다. 4개월을 꼬박 기다려야 받아들 수 있다고 하죠.
요즘 투자자들 사이에서 금과 은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국제 금값은 올해 들어 연초 대비 60% 가까이, 은값은 80%가량 올랐는데요. '안전자산'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뜨거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죠.
반면 비트코인은 금과 은의 가격 상승률에 한참 뒤처진 모습입니다. 비트코인은 제한적인 공급량과 탈중앙성 등으로 '디지털 금'으로도 불렸는데요. 최근 들어선 약세가 길어지고 있어 눈길을 끌죠.
최근 서울 종로의 한 금거래소 직원이 안내한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최근 금을 사겠다는 사람이 몰리면서 골드바를 받기까진 약 한 달이 걸린다는 건데요. 은은 더합니다. 4개월을 꼬박 기다려야 받아들 수 있다고 하죠.
요즘 투자자들 사이에서 금과 은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국제 금값은 올해 들어 연초 대비 60% 가까이, 은값은 80%가량 올랐는데요. '안전자산'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뜨거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죠.
반면 비트코인은 금과 은의 가격 상승률에 한참 뒤처진 모습입니다. 비트코인은 제한적인 공급량과 탈중앙성 등으로 '디지털 금'으로도 불렸는데요. 최근 들어선 약세가 길어지고 있어 눈길을 끌죠.
금과 은,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파는' 지경입니다. 국제적으로 연일 금·은 가격은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연신 시세를 새로 쓰는가 하면 품귀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인기에 불이 붙었죠.
20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60% 가까이 올랐습니다. 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는 최고가를 48차례나 새롭게 썼는데요.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16일 온스당 4304.60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또 한 번 경신했습니다.
가격 상승률에선 은이 금을 뛰어넘습니다. 12월 인도분 은 선물가격은 트라이온스당 장중 역대 최고가인 53.77달러까지 상승했다가 5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는데요. 연초 대비 80% 가까이 오른 수준이죠. 1980년대 초 이른바 '헌트 형제 은 파동' 당시의 기록을 넘어선 수치입니다.
이 같은 금·은 급등세는 미·중 무역 긴장이 이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짙어진 데다가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플레이션 헤지(물가상승 위험 회피 수단)에 '달러 패권 약화'에 대한 심리도 영향을 미쳤을 텐데요. 여기에 세계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탈달러화의 일환으로 금을 사들이고 있다는 사실도 상승세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죠.
현물 시장에선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날 종로의 한 금 거래소는 1돈 이상의 골드바를 구매하기 위해선 약 4주를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했는데요. 우선 결제를 한 후 골드바가 입고되면 순차적으로 수령하는 방식입니다. 실버바는 한술 더 떠 수령까지 4개월이 걸린다고 하죠. 한 네티즌은 투자 전문 카페에 "금 5돈 결제했고 수령까지 4주 걸린다는데, 금 거래소에 사람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전화에도 불이 난다"고 바쁜 현장 분위기를 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시장 품귀 현상이 심해지면서 한국 조폐공사는 골드바 납품을 이미 중단한 상태입니다. 공급량 자체가 수요량을 못 따라가는 상황이 된 건데요. 한국금거래소도 오늘(20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주요 시중은행에 실버바 공급을 중단할 방침입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에서 은 제품을 구매하기 어려워질 전망인데요. 재고가 동난 일부 은행은 이미 이보다 앞서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죠.
반면 '디지털 금' 비트코인은 한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4.15% 상승한 11만1328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난주 약세 흐름을 보이다가 최근 반등했는데요. 긴장감을 늦출 순 없습니다. 지난 2주간 흐름을 보면 변동성도 컸습니다. 16일엔 12만6000달러대를 돌파하더니 지난주엔 10만5000달러 선까지 급락했죠.
이 같은 변동성은 가상자산 시장이 외부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점을 방증합니다. 앞서 중국은 9일 희토류 합금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기에 100% 추가 관세 부과 '엄포'로 맞받았죠.
희토류는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소재로 사용됩니다. 중국이 전 세계에서 생산의 60~90%를 담당하는데요. 이 같은 상황에서 양국이 빚는 긴장감은 공급망에 대한 우려를 키웠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 급락이라는 결과도 낳았습니다.
자연스레(?)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이 잇따랐습니다.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단 하루 만에 4600억 달러(한화 약 655조 원) 줄어든 3조6900억 달러(약 5257조 원)까지 떨어졌죠. 시총은 다시 반등해 4조 달러에 근접하는가 싶더니 16일 전해진 미국 지방은행들의 부실 대출 급증 소식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지정학적 변수에 금융 시스템에 대한 우려까지, 악재가 가득했던 한 주였달까요. 여기에 여전히 상승과 하락에 대한 전망은 갈리는 모양새입니다.
▲(출처=조현호 기자 hyunho@, 게티이미지뱅크)
금값·비트코인 전망은?
우선 월가에서는 금값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와 HSBC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세계적으로 금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 데다가 중앙은행들이 전략적으로 금을 사들이는 구조적 수요로 상승론을 내놨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12월 금값 전망치를 기존의 온스당 4300달러에서 4900달러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죠. 모건스탠리는 "금 가격 상승은 디지털 자산 시대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며 "앞으로 금은 스테이블코인의 담보자산으로서 전략적 역할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과열'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포춘에 따르면 월가의 전설적 채권 투자자 빌 그로스는 17일 X(옛 트위터)를 통해 "금이 모멘텀·밈 자산이 됐다"며 "(금을) 매수하고 싶다면 당분간은 기다릴 것"을 충고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도 "최근 금값 랠리가 나타났지만 달러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채권인 팁스 수익률(TIPS Yield)은 오히려 높아졌다"며 "금 시장이 과도한 열기(exuberance)에 빠져있다고 보여주는 명백한 징후"라고 짚었죠.
국내와 국제 금값 차이에서 비롯된 '김치 프리미엄' 역시 유의해야 할 변수입니다. 조규원 스태커스 대표는 20일 YTN라디오 '조태현의 생생경제' 인터뷰에서 "김치 프리미엄이 나타나는 현상은 1년에 두 번에서 세 번 정도가 일반적이다. 5% 정도 수준이 적당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금에 대한 수요가 워낙 높아지다 보니 10%, 심할 때는 20%까지 올라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처럼 김치 프리미엄이 높은 상황에선 KRX 금시장이나 ETF 같은 투자를 통해 그래서 김치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죠.
비트코인에 대해선 연말까진 가격 변동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본격적인 하락장이 시작됐다는 우려와 단기 조정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공존하고 있는데요. 특히 '11만 달러'가 비트코인 가격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비트코인 가격은 당분간 10만~11만 달러 구간에서 횡보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고요. 존 글로버 레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코인데스크에 "가상 화폐의 상승 흐름이 끝나며 2026년 말까지 지속될 수 있는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확신한다"며 "비트코인은 7만~8만 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짚었죠.
연말께 상승세를 재개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씨티그룹은 연말 비트코인 가격을 13만3000달러로 제시하면서 "낮은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신규 투자자 유입으로 비트코인은 청산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며 "수요 침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죠.
결국 금과 비트코인 모두 투자 포트폴리오를 신중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선 공통된 의견을 보이는 상황인데요. 이번 흐름이 보여주는 건 분명합니다. 시장이 다시 '무엇을 믿을 것인가'라는 논제를 시험대에 올렸다는 사실이죠.
이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