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공감대 형성… 남은 과제, ‘제도 설계’
보관·수탁 체계와 시세 감시, 감독 방식 논의 필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디지털 자산도 제도권 안에서 관리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논의가 정치권에서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대표적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을 금융 투자상품으로 편입시키자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일 국민의힘은 주식 및 디지털자산 밸류업 특별위원회 3차 회의를 열고, 비트코인 ETF 제도화 허용을 공식 촉구하며 정기국회 내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상훈 위원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나 기관투자자의 디지털 자산 시장 참여에 대해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를 추진하는 데 정치권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비트코인 ETF 제도화를 통해 “투자자가 증권계좌를 통해 보다 안전하고 투명한 환경에서 규제된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된다”며 “외국인 투자 자금의 합법적 유입 경로가 열리면, 원화자산의 위상 강화와 국내 금융시장 국제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관련 법안(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두 건 발의됐다. 정성국 의원안은 가상자산을 집합투자기구(ETF)의 기초자산으로 명확히 허용하는 내용이고, 송석준 의원안은 가상자산을 신탁재산에 포함해 금융사가 이를 안전하게 보관·수탁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 핵심이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역시 가상자산을 ETF의 기초자산과 신탁재산 범위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 의원은 발의안을 통해, 비트코인이 이미 글로벌 주요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국내에서는 법적 제약으로 인해 현물 ETF 출시가 막히면서 국내 자금의 해외 유출과 디지털 자산 생태계 경쟁력 약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금융상품으로 편입하게 되면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투자자들에게 안전하고 투명한 투자 환경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 내에서 다루자는 방향을 제시해왔다. △비트코인 ETF 승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가상자산공개(ICO) 조건부 허용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처럼 정치권 전반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제도화에 대한 관심이 포착되며, 이번 정기국회 내 관련 법안 처리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는 분위기다.
다만 이와 관련해 제도화 속도와 규제 설계는 과제로 남아 있다.
김상훈 의원실 관계자는 브릿지경제와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금융위원회가 규제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가상자산 시장이 합리적으로 밸류업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시장 자율성을 중시하지만, 초기에는 규제 강도가 높은 형태의 상품이 먼저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점진적으로 자율 규제로 이행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전문가인 법무법인 태평양 김효봉 변호사는 현재 정치권에서 디지털 자산 ETF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되는 것과 관련 “이미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제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입법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과 ETF의 안정성 효과가 상충한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ETF의 변동성 완화 효과가 발휘되려면 디지털자산과 금투상품 등 여러 자산을 묶어 포트폴리오로 구성할 수 있어야 하지만, 초기 제도화 단계에서는 금융안정성 등을 고려해 편입 자산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브릿지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