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기존 화폐 대체하는 화폐혁명 전개될 것”

김광석 교수 “2030년쯤 스테이블코인 업체의 美 국채 보유량이 일본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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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박해윤 기자

 

“금에서 지폐로의 전환이 일어난 17세기 ‘화폐혁명’처럼 2026년 기존 화폐가 스테이블코인으로 대체되는 또 다른 화폐혁명이 전개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을 금융시스템의 거대한 변화라는 측면에서 주목해야 한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2026년 세계경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스테이블코인을 꼽으며 이렇게 강조했다. 17세기 영국에서는 금 세공업자에게 금을 맡기고 받은 보관 증서인 ‘골드스미스 노트’가 화폐로 쓰이기 시작했다. 무거운 금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지폐로 경제생활을 할 수 있게 된 화폐사의 일대 변화였다. 올해 7월 미국에서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혁신과 규제 정비법’, 이른바 ‘지니어스(GENIUS) 법’이 통과됨에 따라 달러 스테이블코인발(發) 디지털 화폐혁명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美 ‘지니어스법’ 통과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와 일대일 가치를 유지하는 일종의 디지털화폐다. ‘화폐’를 목표로 출범했지만 시세가 급등락하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달리 페깅(실물자산과의 연동)을 바탕으로 가격 변동성을 줄였다.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업체가 발행한다는 점에서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구별된다. 굳이 은행을 통하지 않아도 낮은 수수료로 빠른 거래와 송금이 가능하다는 게 스테이블코인의 강점이다. 미국을 비롯해 제도권 금융시스템에 편입되기 시작한 스테이블코인은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최근 신간 ‘스테이블코인 전쟁 2026년 경제전망’을 낸 ‘경제 읽어주는 남자’ 김 교수를 10월 27일 만나 이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스테이블코인 업체가 발행한 코인을 사는 사람은 현금, 즉 달러를 낸다. 현금을 받은 스테이블코인 업체는 미국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 ‘테더’ 등 스테이블코인 업체들(1500억 달러·약 214조2200억 원)이 보유한 미 국채는 이미 한국(1258억 달러·약 179조7300억 원어치)보다 많다. 2030년 즈음 스테이블코인 업체의 미국 국채 보유량이 일본(1조1308억 달러·약 1615조1200억 원, 이상 1분기 기준)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많아질수록 미 국채 매입도 늘어나기에 트럼프 행정부로선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지경학적 분절화(geoeconomic fragmentation)’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대두한 배경이라고. 

“세계화 시대가 저물고 보호무역과 배타적인 블록경제 체제를 특징으로 하는 지경학적 분절화가 본격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행보가 지경학적 분절화를 심화하고 있다. 미국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했던 나라인 중국이 계속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있다. 중국은 그 대신 러시아 국채를 매입하고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사주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전비를 제공하는 격이다. 미국 입장에선 자기네 국채를 사줄 곳이 줄어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동성을 풀어 유권자들에게 ‘초콜릿’을 줘야 하는 만큼 새로운 국채 매입처가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국채 매입처 삼아 ‘유동성 파티’를 즐기는 모습인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주식, 금, 부동산 등 자산가치는 올라가는 국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동성을 대대적으로 공급함으로써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디베이스먼트(debasement) 사인을 계속 줬다. 유동성 파티의 기회와 함정에 모두 대비해야 한다.”

 

“월가 투자은행이 패권 쥘 것”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 업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어느 곳이 패권을 쥘까. 

“최근 미국 월가 투자은행(IB)들이 공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데, 향후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코인이 될 것이라 본다. 사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가격 경쟁을 할 수는 없다. 어차피 1달러는 1코인이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시장을 쥐고 있는 미국 IB들이 자기네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한 경우 편익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IB는 말 그대로 투자은행이기에 유수 기업에 투자해왔고 의사결정권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 IB업계가 ‘우리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면 투자 규모를 늘려주겠다’는 식의 반대급부를 제시하며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공산이 크다.” 

스테이블코인에 리스크는 없나. 

“대표적인 리스크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뱅크런 사태 같은 일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미 국채를 만기까지 갖고 있으면 손해는 보지 않는다. 그런데 미 국채금리가 급등락하는 ‘국채 발작’ 같은 현상이 벌어지면 미실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자체 문제와 관계없이 국채 발작이 발생할 경우 코인 현금화 수요가 대거 몰릴 것이다. 이때 보유한 미 국채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현실화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 업체가 대규모 손실을 입거나 파산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들 발행 업체의 미 국채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자칫 연쇄 금융 부실로 전이될 위험성도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필요성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지 않으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원화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다. 자칫 통화 주권과 지급결제 시장을 잃고 외환 관리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일각에선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승산이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공격적인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도 원화를 내수 소비에 쓰지, 대외 무역 결제에 쓰는 게 아니다. 통화 주권을 지키는 방어용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야 한다.”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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