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중 3900선 붕괴
7개월만에 ‘매도 사이드카’ 발동
비트코인 급랭… 금시세도 하락세
강달러 추세에 환율 1450원 위협

5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6.27p(1.61%) 하락한 4055.47로 시작해 장중 200p 이상 급락하며 3867.81까지 밀려났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의 매물 소화로 지수는 117.32p(2.85%) 떨어진 4004.42로 장을 마쳤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주식, 비트코인, 금' 등 이른바 투자자산 3대장이 일제히 악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정부 셧다운 장기화 우려 및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이 재점화되고,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이 외국인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하면서 코스피지수가 장중 3800대까지 급락했다. 비트코인은 5개월 만에 10만달러가 붕괴되고, 금값은 온스당 4000달러를 밑도는 등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모두 조정국면에 진입한 양상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85%(117.32p) 하락한 4004.42에 장을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 코스피 낙폭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실망감으로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8월 1일(126.03p)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전장보다 1.61% 내린 4055.47로 출발한 코스피는 장중 낙폭을 키워 3867.81까지 추락하며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이 매물 소화에 나서 종가 기준 4000선을 수성했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2.66%(24.68p) 하락한 901.89에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약 2조5000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2조5000억원 이상 순매수로 매물을 거둬들여 지수를 방어했다.
업종별로는 기계·장비(-5.56%), 운송장비·부품(-4.96%), 전기전자(-3.01%) 등이 약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에서는 SK하이닉스가 장중 9% 넘게 급락했지만 낙폭을 크게 줄여 57만9000원(-1.19%)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10만 전자'가 무너졌던 삼성전자 역시 반등, 10만6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가상자산 시장도 급랭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10만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국제 금 현물가격도 4000달러선 아래로 밀려났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에 근접하며 원화약세 압력이 가중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5원 오른 1449.4원에 주간거래(오후 3시30분 기준)를 마쳤다. 지난 4월 11일(1449.9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기술주 밸류에이션 논란 속 위험자산이 조정국면에 들어가면서 국내증시와 위험통화인 원화의 약세 부담이 커질 개연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달러화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옅어지면서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정책에 대한 불안감과 달러화 강세, 즉 유동성 축소 리스크가 자산가격 조정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단기 자금시장 경색 현상이 완화돼야 달러화 강세 흐름도 주춤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현금투자 부담도 주시해야 할 변수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미협상 불확실성 해소에도 환율 하락폭이 제한적이고, 대외 달러가치 하락폭을 다 반영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구조적으로 대미 직접 및 간접 투자금액이 확대되는 흐름은 유효한 만큼 장기적으로 환율 하단을 점차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