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9만 달러 선 붕괴… “가상자산은 탄광의 카나리아”
“비트코인 1년 들고 있었는데 다시 원위치.” “몇 달 전 고점에 들어갔는데 제대로 물렸네요.”
11월 18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 글들이다. 최근 급락세를 보인 비트코인 가격이 이날 9만달러(약 1억3200만 원) 선까지 후퇴하며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그래프 참조). 10월 6일(이하 현지 시간) 12만6251달러(약 1억8500만 원)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지 한 달여 만이다. 비트코인은 11월17일 낮 12시 30분 한때 5.83% 급락한 8만9931달러에 거래되다가 9만 달러 선을 회복했다. 19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도 경계감에 8만8000달러 대까지 떨어졌다가 9만 달러 선을 탈환했다.

이번 급락은 복합적 악재 터져 나온 결과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을 복합적인 악재가 터져 나온 결과로 분석한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꼽힌다. 시장은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세 번째 금리인하를 기대하지만 최근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긴축 신호)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중도파로 평가받는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11월 17일 공개 연설에서 고용과 인플레이션 위험은 “(금리인하) 진행 속도를 늦춰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최근 인공지능(AI) 버블 논란 속에 기술주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암호화폐 약세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맷 호건 비트와이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1월 17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가상자산은 탄광의 카나리아(위험 신호를 먼저 알리는 존재)”라며 “시장의 전반적인 위험자산 회피 분위기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자산 업계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반감기 사이클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공급량이 평균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으로, 역사적으로 반감기를 앞두면 투기적 호황이 발생하고 1년~1년 반 후 폭락으로 이어졌던 과거 사이클이 다시 나타났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2017년반감기 때 1만3000% 이상 급등한 후 이듬해 75% 폭락한 바 있다. 이번 사이클에서는 2024년 4월 반감기가 도래했고 그로부터 18개월 후인 올해10월 가격이 최고점을 찍었다는 해석이다.
장기 보유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조 디파스칼레 비트풀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장기 보유자들이 사상 최고가 근처까지 오른 상승 국면에서 매도에 나서며 시장에 상당한 물량이 다시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더욱 긴축된 금융 상황과 신용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변동성에 민감한 자산에서 빠져나가고 있으며, 가상자산은 이러한 변화를 즉각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비트코인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GETTYIMAGES |
“7만 달러대 이하도” vs “이번 주 저점 형성”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디지털자산 솔루션 기업 헥스 트러스트의 알레시오 콰글리니 CEO는 “10월 10일 비트코인 급락으로 일어난 190억 달러(약 27조8000억 원) 레버리지 청산 사태로 전환점이 왔다”며 “이번 조정 국면이 당분간 지속돼 7만 달러대 초반까지 시험받거나 일시적으로 그 이하로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것은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 상실이 아니라 유동성 재설정”이라고 설명했다.
연말 반등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강세론자인 톰 리 비트마인 회장은 미국 경제 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연준의 12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불투명해 하방 압력이 높아진 동시에 시장 전반에 피로감이 쌓인 것”이라며 “매도세가 점차 둔화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어 이번 주 중에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비트코인 하락을 ‘탄광의 카나리아’에 비유했던 호건 CIO도 “비트코인이 가장 먼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4차 반감기가 지난해 4월 20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출시와 지니어스법(미국 스테이블코인을 위한 국가 혁신 지도 및 설립법) 통과 때 비트코인 성과가 금을 앞지른 것처럼 내년 클래리티법(디지털자산 시장 명확성 법안) 통과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상자산시장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로 여겨지는 미국 CNN 방송의 ‘공포와 탐욕 지수’는 11월 18일 기준 11로 ‘극단적 공포(Extreme Fear)’ 구간에 머물고 있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공포를, 10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낙관을 의미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포와 탐욕 지수가 4월 상호관세 쇼크발(發) 급락장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투자심리상 극단적 공포 영역에 진입했다”며 “이 같은 투자심리 취약 국면에서는 대부분 재료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