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민주 사회주의자’로 4일 뉴욕시장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조란 맘다니(34) 당선인이 5일(현지시각) 정권 인수위원회를 발표했다. 맘다니는 인수위원장급 5명 전원을 여성으로 구성했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린 리나 칸(36) 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이다. 맘다니의 젊고 개혁적인 성향, 그리고 월가와 거대 기업을 겨냥한 정책 방향을 뚜렷하게 반영한 인사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리나 칸(36) 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연합뉴스
맘다니 당선인은 이날 뉴욕 퀸스 플러싱 메도스 코로나 파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1월 1일 공식 취임 전 에릭 애덤스 현 뉴욕시 행정부로부터 업무를 인계받을 인수위원회 명단을 공개했다.
인수위는 총 5명의 여성 리더십이 이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단연 리나 칸 전 FTC 위원장이다. 그는 인수위 공동 의장(co-chair)을 맡는다. 리나 칸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1년, 32세의 나이로 FTC 위원장에 임명됐다. 역대 최연소 기록이다.
FTC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와 유사한 조직이다. 기업의 반독점 및 불공정 거래 여부를 조사하고 규제하는 강력한 권력 기관이다. 칸은 재임 기간 내내 아마존, 구글, 메타(전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을 정조준했다. 공격적인 반독점 정책을 밀어붙이며 ‘빅테크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칸을 “진보 진영의 영웅”으로 칭하며 “수십 년간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FTC의 집행 권한을 사용하려 했다”고 평가했다.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 당선인(가운데)이 5일 수요일 뉴욕 퀸즈 자치구에서 인수위원회와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빅테크 기업들과 연달아 법정 소송을 했음에도, 법원은 최종적으로 기업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소송을 남발한다”거나 “비즈니스와 전쟁을 벌인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번 인선은 맘다니 행정부 정책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맘다니는 선거 기간 내내 “부유층 증세”를 통한 “생활비 절감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CNN은 칸 임명이 맘다니가 뉴욕의 과두제(oligarchy)라 부르는 기득권층에 맞서 싸우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칸 전 위원장 역시 임명 기자회견에서 맘다니 당선을 “거대 기업 권력과 자본이 정치를 좌우하는 현실에 대한 분명한 거부”이자 “변화를 위한 명확한 명령”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조란이 뉴욕시를 위한 새 시대를 열고 민주당 통치 새 모델을 만들 팀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게 돼 기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맘다니와 칸이 정치적 전략을 구현하는 스타일이 유사하다고 내다봤다. 맘다니와 칸은 젊고 과감한 개혁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맘다니 부모는 인도계 미국인, 칸은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 출신이라는 배경도 비슷하다. 다만 칸이 인수위 활동 종료 후 뉴욕시 정부에 공식 합류할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 당선인(가장 오른쪽)이 5일 수요일 뉴욕 퀸즈 자치구에서 인수위원회와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맘다니는 ‘경험 부족’이라는 지적을 보완하기 위해 시정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도 인수위에 전면 배치했다. 칸 외 공동 의장단에는 ▲마리아 토레스-스프링어 전 뉴욕시 제1 부시장 ▲그레이스 보닐라 비영리 단체 ‘뉴욕시 유나이티드 웨이’ 대표 ▲멜라니 하르초그 전 뉴욕시 보건복지 담당 부시장이 포함됐다.
WSJ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현 애덤스 시장은 물론, 빌 드 블라시오,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 행정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뉴욕주 하원의원 경력이 전부인 맘다니 약점을 보완해 줄 적절한 카드라는 평가다.
인수위 전체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집행 이사(executive director)는 엘라나 레오폴드가 맡는다. 레오폴드는 진보 성향인 빌 드 블라시오 전 뉴욕시장 정치 전략가 출신이다.

5일 뉴욕시장 선거일 다음날 아침, 조란 맘다니 승리 기사를 실은 뉴욕 데일리 뉴스와 뉴욕 포스트. /연합뉴스
‘빅테크 저승사자’가 뉴욕에 입성했다는 소식에 월가와 재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는 “FTC 시절 칸은 월스트리트에 절망감을 줬고, 억만장자들로부터 분노를 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맘다니 당선인은 이러한 재계의 우려를 의식한 듯 유화적인 메시지를 함께 내놨다. 그는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재계 지도자들과 만날 것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맘다니는 “우리가 대화를 나누기 전, 모든 이슈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어 “보편적 보육 지원 같은 내 공약은 기업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의 비싼 보육비를 기업이 지원하는 부담을 시 정부가 덜어주겠다는 논리다.
한편 맘다니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경쟁자였던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 에릭 애덤스 현 시장 등으로부터 아직 축하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