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인플루언서 이미지 뒤 사기 전력 재조명

로만 노박과 안나 로박. [ⓒ 로만 노박 인스타그램]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자로 알려진 러시아 국적의 로만 노박과 그의 아내 안나 노박이 실종 한 달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부는 두바이 외곽 사막에 암매장된 채로 발견됐으며, 당국은 투자 미팅을 빙자한 납치·살해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노박 부부의 시신은 지난 10월 3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인근 하타(Hatta) 사막 지역에서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부부는 하루 전인 10월 2일 ‘신원 미상의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두바이 외곽으로 향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이들은 운전기사에게 하타 인근 호수 부근에서 하차한 뒤 다른 차량으로 갈아탔고,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러시아 수사당국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노박 부부를 하타의 한 별장으로 유인해 암호화폐 지갑 비밀번호를 요구했으나 지갑이 비어 있자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시신을 훼손해 일부는 쇼핑몰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머지는 인근 사막에 암매장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수사위원회는 부부의 휴대전화 신호가 실종 후 며칠간 하타와 오만 인근 산악지대에서 포착됐으며,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마지막으로 감지된 뒤 10월 4일 완전히 끊겼다고 밝혔다. 당국은 범인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신호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스베틀라나 페트렌코 러시아 수사위원회 대변인은 “용의자들이 피해자들을 감금하기 위해 차량과 장소를 임대했다”며 “살해 후 무기와 소지품을 아랍에미리트 전역에 흩뿌려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 국적의 용의자 8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에는 노박에게 사기를 당한 전 투자자와 러시아 내무부 전직 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조만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송환될 예정이다.
◆암호화폐 투자자 부부, 호화 인플루언서 이미지 뒤 사기 전력 드러나
로만 노박은 암호화폐 투자자이자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로 고급차와 개인 제트기를 공개하며 ‘성공한 투자자’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과거에는 사기 전력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는 2020년 러시아 법원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트랜스크립트(Transcrypt)’ 관련 사기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가 2023년 조기 출소했다. 이후 다시 두바이로 건너가 텔레그램 기반 토큰 프로젝트를 출범시키며 “텔레그램 창립자 파벨 두로프 및 중동 왕실 인사들과 협력 중”이라고 주장했으나 당국은 해당 프로젝트가 또 다른 폰지형 사기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러시아 매체 폰탄카는 노박이 ‘핀토피오(Pintopio)’라는 송금 플랫폼을 통해 러시아·중국·중동 지역 투자자들로부터 5억달러(약 7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모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국제 암호화폐 커뮤니티에 큰 충격을 던졌다. 두바이 경찰과 러시아 수사위원회는 공동 수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노박 부부의 미성년 자녀는 현재 친척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의 전모와 구체적인 동기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시장의 불투명성과 신속한 자금 이동이 범죄 위험을 높이고 있다”며 “국제 공조 수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