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최다 보유 美 기업 스트래티지
13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급락…연초 대비 30%↓
코인 우회 투자한 서학개미들 '발동동'
"mNAV 1 미만 DAT 종목, 체감 손실 클 것"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5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이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10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해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지난 6월 이후 처음이다. 2025.11.05. [email protected]
가상자산 시장 부진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이른바 '코인 쌓아두기' 전략인 디지털 에셋 트레저리(Digital Asset Treasury·DAT)를 택한 미국 상장사들 주가도 고꾸라졌다. 이들 투자를 통해 가상자산 상승에 베팅한 서학개미(미국 주식 투자자)들의 손실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DAT 상장사 원조격인 스트래티지(MSTR) 주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7.15% 하락한 208.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3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연초 대비로는 30% 넘게 떨어졌다.
DAT는 디지털 에셋 트레저리(Digital Asset Treasury) 약자로, 이름 그대로 가상자산을 쌓아두는 전략을 일컫는다.
기존 트레저리 전략은 기업이 현금과 채권, 금 등 자산을 금고에 비축·운용하는 재무 관리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지난 8월 가상자산 강세에 따라 미국 상장사들이 이 방식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으로 확장하면서 'DAT'가 미국 증시 주요 전략으로 부상했다.
실제로 DAT를 가장 먼저 실행한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을 사모은 후 주가가 2600% 넘게 폭등한 바 있다. 스트래티지는 미국 단일 기업 중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다. 현재 비트코인 64만1692개를 들고 있다. 전날 비트코인 시세 기준으로 90조7809억원 규모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대규모 청산 사태가 분위기를 바꿨다. 당시를 기점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한 달 넘게 쪼그라들자, DAT 상장사 주가도 연일 하락세를 띤 것이다. 그간 가상자산 랠리에 따라 DAT 상장사 주가가 오른 만큼 반대로 가상자산 약세에 맞춰 떨어지는 셈이다.
스트래티지 주가가 7% 넘게 급락한 전날은 비트코인이 주요 지지선인 10만달러를 반납하고 5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은 날이다.
주가 매력도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 보유 가상자산 대비 시가총액(시총) 지표인 mNAV가 1 미만을 기록한 것이다.
mNAV가 1 이상이면 DAT 상장사가 보유한 가상자산 가치보다 주가 가치가 더 높음을 시사한다. 즉 가상자산을 직접 사는 것보다 DAT 상장사 주가를 매수하는 것이 더 낫다는 셈이다. 반대로 1 미만이면 DAT 상장사가 보유한 가상자산만큼의 시총도 안 된다는 의미다.
전날 기준 스트래티지 mNAV는 0.971 기록,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스트래티지와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을 사 모으는 미국 DAT 상장사인 마라홀딩스(0.891)와 21캐피탈(0.966) 또한 mNAV가 1 미만을 기록했다.
이더리움 DAT 상장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더리움을 매입 중인 비트마인(0.910)과 샤프링크 게이밍(0.790) 역시 같은 날 mNAV가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날 이더리움은 10% 가까이 급락했다.
국내 금융업계 관계자는 "스트래티지나 비트마인처럼 보유 가상자산의 가치가 기업 가치의 핵심인 DAT 상장사 주가는 가상자산 가격보다 변동성이 더 크다"며 "최근과 같은 가상자산 조정기에 낙폭이 더 과도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 주식을 통해 가상자산에 우회 투자했던 서학개미들의 손실도 예상된다.
또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DAT 상장사에 투자한 서학개미들 역시 사실상 가상자산과 동일한 리스크를 떠안았던 셈"이라며 "mNAV가 1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건 시장이 가상자산 가치만큼도 기업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DAT 종목을 매수한 투자자의 체감 손실도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