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 40일째를 맞은 9일(현지시간) 존 튠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워싱턴 DC 의회 상원 회의장 앞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여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0일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마침내 정부 셧다운을 끝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민주당 의원 일부가 찬성한 것은) 끔찍한 실수다.”(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9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의 임시예산안(CR) 처리에 필요한 첫 단계인 ‘절차 표결’에서 찬성표가 60표에 이르며 가결처리되자 여야에서 나온 180도 상반된 반응이다. 전체 100표 가운데 여당인 공화당(53표) 외에 민주당 내 중도파 의원 일부가 당 지도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이로써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는 사실상 무력화됐고, 이날로 40일째를 맞으며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셧다운 사태는 수일 내 해제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중도파 중심 셧다운 해제 논의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건 민주당 내 중도파 의원들이었다. 진 샤인, 매기 하산 민주당 상원의원과 친민주당 성향 앵거스 킹 무소속 상원의원 등 중도 성향의 타협파 의원들은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 등 온건 보수 성향의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셧다운 사태 해제를 위한 협상을 벌이다가, 마침내 임시예산안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들이 마련한 임시예산안 합의안은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농무부ㆍ재향군인회ㆍ의회 부문의 2025~2026 회계연도 예산을 승인하고 나머지 정부 기관에 대해서는 내년 1월 말까지 예산을 공급하는 임시 예산 운용 방안을 포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셧다운 기간 자리를 떠나 있던 연방정부 공무원들의 복귀를 보장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오바마 케어’ 연내 표결 부치기로
핵심 쟁점이었던 ‘오바마 케어(건강보험개혁법ㆍACA)’ 보조금 연장 건은 담지 않았다. 그 대신 공화당이 12월 둘째 주까지 관련 법안을 상원 표결에 부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이 받아들이면서 합의 돌파구가 마련됐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 40일째를 맞은 9일(현지시간)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워싱턴 DC 의회 상원 회의장 밖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셧다운 사태 해결의 중대 계기가 마련됐지만, 이 과정에서 민주당 단일대오가 무너져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절차 표결을 앞두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의료 위기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양심상 임시예산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이 강한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역시 “미국 국민은 우리가 의료보험을 위해서 맞서 싸우기를 원한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상원에서 절차 표결을 하는 동안 민주당 진 샤힌, 팀 케인, 캐서린 코르테스 매스토우, 매기 하산 상원의원과 무소속 앵거스 킹 상원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셧다운 사태의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셧다운 사태로 저소득층 식료품 지원 중단, 군인 급여 미지급, 관광산업 타격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임시예산안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선 정부 문을 열고 공공 서비스를 정상화해야 한다. 정치적 협상은 그 뒤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즈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과 만나 “셧다운이 끝날 시점이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상원 통과→하원 재통과→서명 남아
절차 표결이 상원을 통과했지만 셧다운이 곧바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남은 관문이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 일부가 합의한 임시예산안을 상원이 표결을 거쳐 통과시켜야 하고, 하원에서도 재가결한 후 대통령 서명까지 끝내야 셧다운이 완전 해제된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민주당은 공화당이 주도한 이번 임시예산안을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론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하원은 공화당 219석, 민주당 213석으로 공화당이 과반 다수당인데, 정부 지출 대폭 삭감을 주장해온 공화당 내 일부 극우 강경파에서 이탈표가 나올 경우 가결을 낙관하기 어려워진다. 다만 현지 언론 등에선 셧다운 장기화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은 만큼 최종 통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미국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 UPI=연합뉴스
셧다운 피해 악화…항공 1만편 차질
셧다운에 따른 누적 피해는 점점 더 커지면서 미국 사회를 마비시키고 있다. 미 연방항공청(FAA)이 관제 인력 부족에 따라 항공편 운항 감축을 지시한 지 사흘째인 이날 결항된 항공편이 약 2300편, 지연된 항공편이 약 8100평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1만 편 이상의 항공편 운항이 차질을 빚은 셈이다. 숀 더피 교통장관은 “셧다운이 오는 27일 시작하는 추수감사절 연휴까지 계속되면 전국의 항공 교통이 거의 마비될 수 있다”고 했다.
셧다운 여파에 미국의 무기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맹국으로 갈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AMRAAM)과 이지스 전투시스템, 하이마스(HIMARSㆍ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등 50억 달러(약 7조2700억 원) 이상의 무기 판매가 타격을 받았다. 무기 수출 전 의회 브리핑 및 승인 절차가 필요한데 이를 이행할 국무부 직원 상당수가 셧다운으로 휴직에 들어가면서 빚어진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며 공화당에 ‘필리버스터 종결’ 강행을 촉구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공화당에 “필리버스터를 종식시켜야 한다”며 “셧다운은 끝내고 훌륭한 정책을 통과시켜야. 그리고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라”고 했다.
트럼프 “관세로 1인당 배당금 2000달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랜도버의 노스웨스트 경기장에서 미국프로풋볼(NFL) 워싱턴 커맨더스와 디트로이트 라이언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관세로 미국이 수조 달러를 벌고 있다”며 관세 정책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기업들이 미국으로 몰려드는 것은 오직 관세 때문”이라며 “대법원은 이런 얘기를 듣지 못했나?”라고 물었다. 또 “미국에 기록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공장들이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며 “고소득층을 뺀 모든 이들에게 최소 2000달러(약 286만 원)의 배당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ABC 방송 인터뷰에서 “그 구상을 놓고 대통령과 대화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2000달러의 배당금은 여러 형태와 방식으로 제공될 수 있다”면서 “대통령 의제에 있는 세금 감면이 될 수 있다. 팁 면세, 초과근무수당 면세, 사회보장연금 면세, 자동차 대출이자 소득공제 등”이라고 예시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