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5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이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10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해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지난 6월 이후 처음이다. 2025.11.05. [email protected]
미국발 거시 경제 충격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단기적인 패닉에 휩싸인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가격 등락이라는 현상 너머 '본질적인 문제'로 향하고 있다.
바로 산업의 장기적인 생존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입법 공백' 문제다.
8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상자산의 폭락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반감기 도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가능성 등을 두고 장기적인 상승 동력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의 기저에는 '규제의 명확성'이라는 전제 조건이 깔려있다.
미국이 비록 강력한 규제 기조를 보일지언정, 소송과 논의를 통해 가상자산에 대한 기준을 구체화하고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제도권 상품의 틀을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정반대다.
글로벌 시장이 '규칙 있는 싸움'을 준비하는 동안, 한국은 사실상 '규칙이 없는' 채로 방치된 형국이다.
지난해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1단계 입법)이 시행됐지만, 이는 업계의 근본적인 갈증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이 법안은 자산 동결, 해킹 방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 처벌에 초점을 맞춘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 장치'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작 가상자산 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규제 ▲가상자산 발행(ICO·IEO) 및 공시 기준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 규명 등 핵심적인 '2단계 입법'은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금융 당국이 연내 정부안 제출 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당국 수장 간 세부 안에 온도차를 보이면서 업계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업계는 이러한 '입법 공백'과 '규제 불확실성'이 장기적인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족쇄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신규 사업은커녕 기존 서비스의 확장조차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설상가상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급락은 '혁신'보다 '안정'에 무게를 둔 규제 당국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의 높은 변동성과 위험성이 다시금 부각되면서, 당국이 산업의 진흥보다는 위험 통제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이미 지연되고 있는 2단계 입법 논의를 더디게 만들거나, 혹은 향후 제정될 법안이 산업의 숨통을 틔우기보다 통제 위주로 경직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는 명확한 규제를 통한 '제도권 편입'을 바라면서도, 규제가 혁신을 원천 봉쇄하는 통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바라는 것은 '하지 말라'는 규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라며 "입법 지연이 장기화될수록 유망한 기술과 인재들이 해외로 떠나버리는 산업 공동화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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