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을 보유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중장기 보유로 투자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도 있지만 보유 자산의 다변화와 인플레이션 헤지, 또 기업 이미지 쇄신 등을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사 모으는 '트레저리'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으로 성공해 가장 유명해진 기업은 미국 스트래티지이다. 이 회사는 1989년에 설립된 평범한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였으나 2020년부터 비트코인 매입을 시작해 지금은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기업이 됐다.
스트래티지가 현재 보유한 비트코인은 63만여개로 비트코인 전체 공급량의 3%에 달한다. 남는 현금 뿐 아니라 전환사채 발행 등 자본 조달을 통해 비트코인을 주기적으로 사들였으며 최근 시세 기준 비트코인 보유금액만 100조원을 돌파했다. 이렇게 비트코인 전문 투자사로 바뀌면서 주가도 2020년 초 10달러(약 1만4000원)에서 현재 320달러(약 44만9000원)로 30배 이상 치솟았다.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도 비트코인을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국내 거래소들이 거래 수수료로 비트코인을 받아 보유한 것과 달리 이 회사는 직접 비트코인을 매입한다. 올해 2분기에만 2500여개를 추가 매입해 최근 보유량이 1만1800개에 달했다. 그 결과 코인베이스는 미국의 비트코인 보유 상장사 순위 10위안에 들었다.
테슬라도 지난 2021년 4만8000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했으나 이후 대부분을 처분하면서 현재는 보유 물량이 1만1000개로 줄었다.
일본과 유럽 기업들도 비트코인 매입에 동참하고 있다. 일본 투자기업 메타플래닛은 최근 비트코인 5419개를 추가 매입해 총 보유량이 2만5555개로 불어 세계 비트코인 보유량 5위 기업이 됐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기업인 블록체인그룹, 네덜란드의 암닥스사 등이 비트코인 매입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각국 기업들의 비트코인 매입이 늘면서 전 세계 상장사들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100만개를 넘어섰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각국 상장사들의 총 비트코인 보유량은 100만632개에 달했다.
한국도 비트코인 보유 기업이 늘고 있다. 수량으로만 보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상반기말 기준 1만6879개를 보유해 가장 많다. 다만 두나무는 직접 사들이지는 않고 거래 수수료로 받는 비트코인이 계속 쌓이는 구조다. 빗썸, 코인원 등 다른 거래소들도 같은 이유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블록체인 사업을 직접 하거나 연관성이 있는 게임회사들도 비트코인을 갖고 있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게임사 중에는 넥슨의 지주사 NXC, 위메이드, 넷마블, 네오위즈홀딩스 등이 비트코인을 비롯해 다양한 알트코인을 보유 중이다.
이 밖에는 코스닥 상장사 비트맥스가 트레저리 전략을 공식화하며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다. 이 회사는 원래 증강현실(AR) 솔루션 기업이었으나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다. 지난 7월말 기준 보유량은 500여개로 국내 상장사 중 최다 비트코인 보유 기업이 됐다.
최근에는 게임사 넥써쓰도 비트코인과 현금성 자산을 5대5 비율로 운용하는 재무 전략을 발표했다. 장현국 넥써쓰 대표는 "순차적인 트레저리 전략을 통해 재무적 안정을 확보하는 동시에 비트코인의 장기 상승 가능성을 반영해 지속가능한 재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하이퍼코퍼레이션도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든다. 이 회사는 지난달 말 디지털자산 관련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을 통해 향후 트레저리 전략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에서는 대기업이나 투자사보다는 일부 중소기업들이 사업 전환과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해 트레저리 전략에 나서고 있어 아직은 기업들의 참여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몇몇 국가나 글로벌 기업들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ETH) 등 자산 가치를 인정받은 주요 가상자산들을 비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한국은 여전히 관련 법제도가 마련되지 않고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 기업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