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한달 새 최고가 찍고 20% 하락
올해 수익률 10% 못 미쳐 매력도 저하
변동성↑수익률↓…불확실성 요소 봉착
난이도 높은 투자 구간, 시장 내 하락 경고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빗썸 제공]
비트코인이 한 달 새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20% 넘는 변동성을 보이며 ‘디지털 금’이라는 명성에 무색한 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올해 수익률은 10%에도 못 미치면서 주요국 증시와 금에도 뒤쳐진다. 변동성은 높지만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아 매력적인 투자처와는 거리가 멀어진 흐름이다.
투자 난이도를 높이는 ▷연내 추가 금리인하 여부 ▷미․중 무역 불완전 합의 ▷셧다운 여파 데이터 발표 지연 등 불확실성 요소들도 남아있다. 여기에 역대 최대 규모(190억달러) 선물시장 청산, 프로토콜 해킹 사태 등 잇단 악재를 겪으며 경고음마저 터져 나왔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10만달러 이탈을 넘어 추가 하락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달 6일 12만6183달러로 역대 최고가에 도달한 뒤 지난 5일 9만9008달러까지 떨어지며 21.54% 낙폭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이 10만달러 아래로 내려간 건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해 중동 지역 긴장감이 높아진 지난 6월 22일 이후 처음이다. 10만달러는 시장 내 비트코인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꼽히는 상징적 가격이다.
다만 비트코인은 이내 10만달러를 회복, 이날 오전 8시 45분 기준 10만1195달러를 나타냈다. 국내 시장은 상대적으로 하방선이 견고하다. 같은 시각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은 해외 거래소 바이낸스 대비 3.14% 높은 시세를 기록하며 ‘김치프리미엄’을 나타냈다. 김치프리미엄은 해외 대비 국내에서 가격이 비싼 현상을 의미한다.
비트코인이 10만달러대로 재진입 했지만 난관에 직면했다. 우선 유동성을 불어넣어줄 연내 추가 금리인하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2%대 후반에 머물고 미 노동시장 둔화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이에 연준 내부에서는 향후 금리 경로를 둘러싼 논쟁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연말 추가 금리인하에 무게를 뒀던 시장 예측과 다소 멀어지면서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금리인하는 광의 통화량(M2)을 늘려 주식, 부동산은 물론 가상자산에도 상방 압력을 가한다. 특히 가상자산은 24시간 거래, 큰 변동성 등 특성에 따라 반응도 빠르다고 평가된다. 코로나19 유행기 미국 M2가 급증한 뒤 비트코인과 주식시장이 폭등한 바 있다. 케빈 스벤슨 가상자산 애널리스트는 “M2 지표와 비트코인이 거의 동일한 흐름을 보인다”고 평가한다.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은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주요 경제 지표가 발표되지 않으면서 경기 흐름을 읽지 못하는 ‘깜깜이’ 기간을 겪으면서다. 이는 금리인하 예측을 어렵게 하는데다 미 의회 재정 마비에 따른 경기 경색으로 번질 수 있다. 미 의회예산국은 셧다운이 오는 12일까지 지속되면 미 경제에 110억달러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 예상한다. 위험자산인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경기침체 우려 시 자금 이탈이 빠르게 이뤄지는 만큼 악재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합의도 불완전한 상태로 남아있다. 무역 갈등은 올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가장 큰 변동성을 야기한 이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말 대(對)중국 관세 10%포인트 인하,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1년 유예 등을 조건으로 ‘무역 휴전’에 합의했다. 다만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언급했던 주요 쟁점인 중국의 산업 정책, 제조업 과잉 생산,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
엔비디아 반도체 수출과 대만 문제 등 갈등도 언제든 수면위로 불거질 수 있다.
신뢰를 흔드는 악재도 이따금씩 터지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지난달 11일 하루 만에 190억달러(약 27조원)가 청산됐다. 투자자가 고수익을 얻기 위해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할 때 투자자가 냈던 증거금 밑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청산이 발생하면서다.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히면서 시장에서는 시차를 두고 터져 나올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가상자산 프로토콜 ‘밸런서’가 해킹 공격을 받아 1억 달러(약 1400억원) 이상의 가상자산이 유출되면서 시장 신뢰도에 균열을 일으켰다.
시장에서는 10만달러 붕괴를 넘어 추가 하락 전망이 나온다. 에드 엥겔 컴패스포인트 분석가는 “장기보유자들이 여전히 매도를 이어가고 있어 단기 보유자들까지 추가 매도에 나서면 (비트코인)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며 “9만5000달러를 저지선으로 보고 있지만 가까운 시기 (가치를 끌어올릴) 촉매는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존 글로버 레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달 “7만~8만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며 “가상자산이 5파동 상승을 마치고 약세장에 진입했다는 판단이 확고하다”고 했다. “적어도 2026년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프리 켄드릭 스탠다드앤차타드(SC) 디지털자산 리서치 총괄도 지난달 “10만 달러 아래 조정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일시적 조정이란 전망도 있다. 매도 물량이 나오며 단기 하락했지만 시장 내 평균 매입단가를 올리면서 하방선을 구축할 거란 관측이다. 숀 패럴 펀드스트랫 디지털 자산 전략 책임자는 “여전히 10만 달러 위에서 거래되고 있고, 평균 매입 단가각 상승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는 기반을 다지는 구간”이라 평가했다. “유동성 공급 지연과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지만, 셧다운이 해결되고 재정 지출이 재개될 경우 단기적으로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촉매제”라고 내다봤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