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대선 후 폭력 확산, 국민들은 거리로

다크게임 2025.11.04 09: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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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탄자니아 북부 아루샤의 거리에서 한 남성이 손에 돌을 쥔 채 불타는 타이어 더미 옆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탄자니아 대통령 선거는 끝났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사미아 술루후 하산 대통령은 97.66%의 압도적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지만, 그 숫자만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 이후 탄자니아는 축하의 깃발과 최루탄 연기가 공존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탄자니아에서 제1·2야당을 뺀 채 공정성 논란 속 치러진 대선에서 하산 현 대통령이 압도적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2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탄자니아 선거 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치뤄진 대선에서 유권자의 86.8%가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하산 대통령이 총 97.6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하산 대통령은 당선증을 받기 위해 참석한 행사에서 “우리가 60년 넘게 쌓아온 것을 파괴하지 말고 통합해야 할 때”라며 정국을 안정화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대선 승리로 하산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뽑힌 탄자니아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됐으며, 여당 탄자니아혁명당(CCM)의 집권 기간도 64년에서 69년으로 늘어나게 됐습니다.

이번 대선은 제1야당인 차데마(CHADEMA)의 툰두 리수 대표가 지난 4월부터 반역 혐의로 투옥 중이고, 제2야당 ACT-와잘렌도의 루하가 음피나 후보도 후보 자격이 박탈되면서 선거 초반부터 반쪽짜리 대선이라는 비판이 불거졌지요. 차데마 대표는 선거 관리위원회의 공식 개표 결과가 나오자 성명을 내고 “(대선) 결과는 근거가 없으며 진정한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다”며 대선 결과에 불복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앞서 탄자니아 유권자들은 불공정 선거에 항의하며 선거 당일부터 탄자니아 최대 도시인 다르에스살람을 중심으로 격렬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군경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유혈 사태도 빚어졌습니다. 공식 개표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시위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분노한 시민들의 행렬은 전국으로 번지며, 탄자니아 전역이 긴장과 불안 속에 휩싸인 상태입니다.

AP 통신은 시위 확산으로 탄자니아 국내선 항공편이 모두 취소됐으며 일부 해외 여행객들은 인터넷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항공편 정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곳곳의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학교와 관공서가 임시 폐쇄됐습니다. 탄자니아 정부는 이달 3일로 예정된 대학 개학을 연기했습니다.

탄자니아 정부는 유혈 사태로 발생한 사상자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인권사무소는 탄자니아에서 발생한 대선 항의 시위로 지난달 31일까지 10명이 사망했다는 신뢰할만한 보고가 있다며 탄자니아 군경에 과도한 무력 사용을 자제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하산 대통령은 2015년 존 마구풀리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지난 2021년 3월 존 마구풀리 대통령이 서거하자 당시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자동 승계했습니다. 그는 취임 당시 ‘탈권위적 리더십’을 약속했지요.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 강력한 코로나19 대응, 적극적인 외자 유치 등 개혁 노선을 내세워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야당 탄압과 언론 통제를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달 발표한 성명에서 “하산 정부하에서 실종, 자의적 체포, 초법적 살해 등 인권 침해가 심화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 결과로 탄자니아 정치의 뿌리 깊은 독재적 권력 구조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평가합니다. 196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탄자니아는 줄곧 여당인 탄자니아혁명당의 통치 아래 있지요. 1992년 형식적으로 다당제가 도입됐지만, 실질적으로는 탄자니아혁명당이 정치·행정 전반을 독점해왔습니다. 외형상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만, 권력 독점은 한 세대 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