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법인 코인 투자’… 가이드라인 기다리다 목 빠지는 업계

다크게임 2025.10.27 23:12:12

가상자산 업계가 시장 발전의 한 축이 될 거라 기대했던 법인 투자 관련 금융당국의 제도 마련이 감감 무소식이다. 올 3분기쯤 나올거로 기대됐지만 대선 정국과 당국의 조직개편 논의가 앞서면서 차일피일 미뤄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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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올해 3분기를 목표로 상장 법인과 전문 투자 법인의 코인 매매 관련 세부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이를 담은 지침이 나오지 않고 있다. / 챗GPT


2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 3분기 상장 법인과 전문 투자 법인의 코인 매매 관련 세부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지난 2월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점진적으로 풀어주기로 한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의 일환으로 추진됐지만 여태껏 별다른 진전이 없다.

금융위는 로드맵에 따라 지난 6월 우선적으로 학교법인, 기부단체 등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거래소를 대상으로 법인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했다. 이후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월드비전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통해 보유 중인 이더리움을 매도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에 반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법인 거래의 경우, 개인에 비해 자금세탁 및 시장과열 우려가 크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까지 은행도 법인 명의의 실명계좌 개설을 제한하고 있다.

법인 거래가 막히면서 한국은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고립된 ‘갈라파고스’의 대표 국가로 전락했다. 이러한 폐쇄적 구조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세가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유동성 부족으로 김치 프리미엄 현상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달 11일에는 ‘1달러=1코인’으로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에서 일시적으로 1400원 중반대에서 5755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선 이후 금융 당국이 몇 달간 이어진 조직 재편으로 업무 공백이 있었던 만큼 당초 예정했던 일정보다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또 코스피 강세에 따른 머니무브 현상 또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게 된 배경이라 진단한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부처 개편에 따른 업무 공백이 법인 거래가 늦어지는 배경”이라며 “코스피 5000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법인 거래를 허용해 가상자산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는 것 또한 당국이 반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에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취임 후 가상자산사업자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첫 만남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법인 거래가 하루빨리 이뤄지는 게 해외 거래소로 자본 유출을 막는 등 국가와 거래소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재 국내 시장이 해외와 단절되다 보니 신규 자본이 들어오지 않는데, 법인 거래가 이 부분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조금 늦어지더라도 일단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해 후속 사업을 준비 중이다. 업비트는 법제화 흐름에 맞춰 법인 회원 전용 창구를 개설하는 등 가장 빠르게 대응해 법인 고객 100개사를 확보했다. 코인원은 올해 초 전담 조직을 개설하는 등 법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빗썸도 오는 30일 법인 고객만을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올해 4분기로 예상되는 법인 고객 가상자산 시장 진입에 맞춰 빗썸의 법인 전용 서비스 및 투자 전략을 공유하기 위한 취지다.


IT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