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가 조만간 끝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통화긴축이 곧 끝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연설을 통해 연준이 보유 채권을 매각하는 이른바 양적긴축(QT)도 곧 끝낼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지난달 재개한 금리 인하가 앞으로도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파월은 전미기업경제학회(NABE) 콘퍼런스 연설에서 현재 연준이 보유 중인 6조달러가 넘는 채권을 시장에서 매각하는 QT의 향배에 관해 입을 열었다.
그는 QT가 언제 끝날지, 보유 채권 규모를 축소하는 재투자 중단이 언제 끝날지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연준이 은행들에 공급 가능한 ‘충분한(ample)’ 지급준비금 목표에 근접했음을 시사했다. 연준은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에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유 채권 규모를 줄인다.
파월은 “연준이 오랫동안 말해왔던 계획은 지급준비금이 우리가 판단하기에 충분한 지급준비금 조건과 양립하는 일정 정도 수준 이상이 되면 대차대조표 축소를 멈춘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수개월 안에 이 지점에 도달할지 모른다”면서 “이 같은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갖고 있는 광범위한 범위의 지표들을 현재 면밀히 관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를 끝내는 QT 종식은 금융 시장에는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다.
금융 여건이 팍팍할 때 연준은 ‘풍부한(abundant)’ 지급준비금을 목표로 한다. 은행들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경제에 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금융 여건이 바뀌면 연준은 ‘충분한(ample)’ 지급준비금을 목표로 한다. 지나치게 많은 돈이 금융시스템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다.
풍부한 지급준비금은 양적완화(QE)를 통해 필요한 수준보다 훨씬 많은 돈을 금융시스템에 뿌리는 상태를 말하고, 충분한 준비금은 금융시스템이 안정돼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수준만큼의 돈만 경제에 공급하는 상태를 말한다.
연준은 앞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시장에서 채권을 긁어모았다. 미 국채,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대규모로 매수해 시중에 돈을 풀었다. 이렇게 해서 연준 대차대조표 상 자산 규모가 9조달러로 불어났다.
연준은 그러나 2022년 중반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에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차대조표 몸집을 줄여나갔다. 금리 인하, 채권 매입을 통한 QE라는 두 가지 정책 수단 가운데 QE를 접고 QT로 돌아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9월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함에 따라 QT가 언제 끝날지 촉각을 곤두세워왔고, 파월은 이날 QT 역시 조만간 끝날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파월은 “유동성 여건이 점차 팍팍해지고 있음을 알리는 일부 신호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면서 지금처럼 QT를 지속했다가는 미 성장률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현재 4조달러 규모로 줄어든 연준 대차대조표를 팬데믹 당시의 9조달러 수준으로 불릴 계획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파월은 그러나 금리 인하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노동시장 둔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위험보다 고용 둔화가 더 위험해지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점만 재확인했다.
파월은 “8월까지 실업률이 여전히 낮은 상태를 지속했지만 신규 취업자 수는 급격히 둔화됐다”면서 “아마도 이민과 노동참가율 감소에 따른 노동력 증가세 하락에 부분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장의 역동성이 완화되는 이런 상황에서는 고용 하방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월은 그렇지만 오는 28~29일 FOMC에서 추가 금리 인하 여부는 회의 당시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의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사이의 긴장이라는 줄타기를 하는 연준에게는 어떤 위험도 없는 정책이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파이낸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