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9만2000달러 선… 한 달 새 25% 급락
대외 불확실성 확산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
"변동성 이어질 것…연말 '산타 랠리' 어려워"

17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비트코인이 한 달 만에 25% 넘게 급락했다. 1억4,000만 원 선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시장 전반에 '극단적 공포' 심리가 퍼지고 있다.
17일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한국시간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9만4,932달러(약 1억3,800만 원)에 거래됐다. 오전 7시쯤엔 9만2,900달러 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4월 22일 이후 9만2,000달러 대는 처음이다. 지난달 초 12만6,250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이후 25% 이상 하락하며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것이다.
주요 알트코인도 일제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같은 시간 이더리움은 24시간 전보다 0.77% 내린 3,182달러에, 리플은 0.52% 떨어진 2.25달러에 거래됐다. 솔라나와 도지코인도 각각 0.83%, 1.62% 하락했다. 주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선 10월 중순 이후 15억 달러 규모 자금이 순유출되기도 했다.
투자 심리도 얼어붙었다.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 조사 업체 얼터너티브에서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는 이날 '극단적 공포' 수준을 나타내는 14점으로 집계됐다. 전날(15점)보다 한 단계 악화된 수치다. 지수가 0에 가까우면 극단적 공포를, 100에 가까우면 극단적 낙관을 느낀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약세가 복합적인 대외 변수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우선 ①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된 점이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기능 중지)으로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중단된 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매파적으로 돌아서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된 것이다. ②'고래'(큰손을 지칭하는 단어)가 매도 물량을 쏟아낸 점도 충격을 줬다. 블록체인 분석기업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들은 최근 30일간 비트코인 약 81만5,000개를 팔았다. 지난해 1월 이후 약 22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③비트코인 '반감기'와 이번 하락이 맞물려 조정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은 통상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1년~1년 6개월 사이에 최고점을 경신하고 조정 국면에 진입한다"며 "4차 반감기가 지난해 4월 20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④북한이 카날코인 생태계를 해킹해 약 20억 달러 규모를 탈취했다는 소식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속되는 변동성 장세에 올해 연말에는 '산타 랠리(연말 강세 흐름)'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하 소식 등 확실한 상승 재료가 나오기 전까진 변동성이 계속해서 발생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홍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이 시장 구조상 방향성을 주도하는 만큼 알트코인과 관련 상장 종목에도 단기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