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대규모 반부패 시위…'홍수 스캔들' 항의 고조

다크게임 2025.11.16 19:57:21

마닐라에 수만명 운집…교외서도 반부패 시위
홍수 방재시설 수천 개 기준 미달 등 드러나
마르코스 측근도 연루…"연루자, 처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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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AP/뉴시스] 필리핀에서 홍수 방재 시스템 관련 부패 스캔들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16일 열렸다. 사진은 지난 9월 13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홍수 방재 시설 관련 부패 스캔들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는 모습. 2025.11.16.

필리핀에서 홍수 방재 시스템 관련 부패 스캔들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16일 AP에 따르면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는 수만 명이 모여 홍수 방재 시스템 관련 부패 의혹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경찰은 이날 오후 중반까지 마닐라 리잘 공원에 그리스도의 교회 신자 약 13만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대부분 흰 옷을 입고 반부패 팻말을 들었다.

다른 단체들은 이날 늦게 교외 케손시티 '민중의 힘' 기념비에서 별도의 반부패 시위를 열 예정이다.

AP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경찰은 군대 지원을 받았으며, 주말 집회 보안을 위해 인력 수천 명을 배치하며 완전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대통령궁은 주말 동안 보안 봉쇄 상태에 들어갔다. 주요 진입로는 진압 경찰 부대, 화물 컨테이너, 철조망으로 차단됐다.

호세 멜렌시오 나르타테스 주니어 경찰청장은 법 집행 기관에 집회 관련 최대한의 관용을 행사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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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AP/뉴시스] 지난 4일 필리핀 중부 세부에서 제25호 태풍 갈매기로 인해 홍수가 발생, 잔해가 뒤덮여 있다. 2025.11.16.

필리핀에선 전국 수천 개의 홍수 방어 시설이 기준 미달이거나 미완성,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몇 달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21일 벌어진 반부패 시위 당시 마닐라 대통령궁 인근에서 검은 옷을 입은 수백 명의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돌, 병, 화염병을 던져 100명 넘는 경찰이 다쳤다. 시위 참가자 97명에 대해선 형사 고소가 제기됐다.

이번 스캔들은 특히 홍수 사업 이권에 유력 국회의원들과 정부 고위 관료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반발을 샀다.

정부 엔지니어, 공공사업 관계자 및 건설사 임원들은 상원 및 실태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과 공공사업부 관계자들이 건설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대가로 수익성 높은 계약을 수주하도록 도왔다고 증언했다.

의혹이 제기된 당사자 대부분은 혐의를 부인했다.

홍수 방지는 태풍, 홍수 등 극한 기상 현상이 잦은 필리핀에서 민감한 사안이다. 11월에만 두 차례 태풍으로 최소 259명이 사망했다. 대부분 갑작스러운 홍수와 산사태로 인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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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뉴시스] 이무열 기자 =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 경영자(CEO) 서밋에서 정상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16. [email protected]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대중 분노와 시위를 진정시키려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 13일엔 의혹에 연루된 많은 유력 국회의원 및 부유한 기업인이 연말까지 감옥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구성한 독립 사실조사위원회가 용의자 37명을 상대로 뇌물수수, 부패 및 횡령 혐의로 형사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건설사 임원 86명과 정부 관료 9명이 약 90억 페소(약 222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형사 고발됐다고

마르코스 대통령 사촌이자 핵심 측근인 마틴 로무알데스 전 하원의장과 치스 에스쿠데로 전 상원의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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