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과열 ‘조심하라’ 경고하던 거래소, 뒤로는 금시장 띄우기?

다크게임 2025.11.12 09:36:21

금 투자 조심하라더니… KRX금시장 영상 발주 논란

최근 국내 금값 급등으로 ‘김치프리미엄’(국내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비싼 현상)이 확대되자, 한국거래소는 투자 과열을 경고하면서도 같은 시기 금시장 홍보영상 제작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에는 경계 메시지를 내면서 내부적으로는 거래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을 추진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37.jpg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금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뉴스1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14일 증권사들과 함께 준비 중이던 금 거래 이벤트를 전면 연기한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참여 증권사에 “금값 급등 등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마케팅을 진행하기 부담스럽다”며 이벤트 진행을 잠정 보류하고 보도자료 배포도 취소했다. 당시 금 수요가 급증해 ‘김치프리미엄’이 발생하자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진 탓이다.

해당 이벤트는 ‘KRX금시장 최대 거래량 기록! 골드바를 잡아라’로, 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과 거래소가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금현물거래계좌를 신규 개설하거나 일정 거래 실적을 달성한 투자자에게 골드바 등 경품을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이벤트를 취소한 당일 거래소가 ‘KRX금시장 홍보영상 제작’ 용역을 발주했단 점이다. 거래소가 운영하는 KRX금시장의 낮은 거래비용과 최근 거래규모 증가 등을 강조하며, KRX금시장을 국내 주요 투자처로 홍보하는 내용이다. 사업 예산은 약 4200만원으로, 현재 용역 대상자와 협상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투자자 유의 안내를 통해 “국제 금 가격 대비 국내 금 가격 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으므로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금 가격이 통상 국제 시세에 수렴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김치프리미엄’이 해소될 경우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밖으로는 금투자 열풍에 투자자 주의를 요하면서도 내부에선 홍보 예산을 집행하면서 투자 열기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과열을 이유로 이벤트를 멈추면서 동시에 홍보영상을 발주했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시장 관리보다는 거래 활성화에 방점을 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당시 KRX금시장(국내)의 금값과 국제 금값 간 괴리율은 9월 말 10%를 넘어선 데 이어, 10월 들어 장중에는 20%를 웃돌기도 했다. 이는 국내 금시장에서 금이 국제 시세보다 20% 이상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는 의미다. 현재 괴리율은 1% 이내로 축소된 상태로, 괴리율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지난 10월 말 국내 금 가격을 추종하는 ‘ACE금현물’ ETF는 3거래일 만에 11%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KRX금시장은 한국거래소가 금현물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개설한 유통시장이다. 금 현물 거래시 거래소는 증권사(회원사)로부터 거래·청산결제 수수료를 제공받는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늘어날수록 거래소의 수수료 수익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거래소 관계자는 “KRX금시장을 외부에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기존 홍보 영상이 오래돼 내부용으로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어 영상 발주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김치 프리미엄’이 낀 금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매수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시장의 빈축을 산 바 있다. 금 투자 과열에 관련 ETF에 대한 투자 유의 공시를 내면서도 금 관련 상품을 매수하면 선물을 증정하는 식의 홍보를 통해 투자자 혼란을 키우고 있단 이유에서다.

 

 조선비즈